산행기/종주산행기

폭우속에 날아가 버린 태극종주의 꿈~

사중사 2006. 4. 5. 20:56

*** 산행지 : 지리산 태극종주~~??

 

*** 산행일 : 2005년 8월 7일~8일(비박산행)

 

*** 날씨 : 흐리다가 밤부터 폭우로 변함

 

*** 함께한 사람 : 준현찬 엉아와 둘이......웅석봉까지는 등산모임 회원들과 함께...

 

*** 이동방법 : 갈때==> 25인승 버스, 올때==> 승용차

 

 

 

하기 휴가를 맞아 그동안 준비해온 태극종주를 실행하기로 했다.

 

태극종주는 경남 산청 어천에서 시작해 전북 남원의 인월까지 능선을 타고 이어진 모양이 S자 형식으로 태극문양을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도상거리가 80Km가 넘는 (실제거리는 100Km이상이라는) 엄청난 거리이다.

그동안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보고 준비하는 동안 30~40시간 씩 잠을 안자고 인간한계를 넘어 산행한 후기를 보면서 나도 해보고 싶음 마음이 더욱 더 해만 갓다.

내가 해 낼 수있을지는 모르겟지만 가다 안되면 비박을 하기로 마음 먹고 함께 할 지원자를 찾으니 같은 모임에 있는 준현찬형이 함께 하잔다.

 

 

8월 7일 아침 드디어 출발이다

새벽에 일어나 앞집에 사는 박 성용 형을 만나 아침밥을 먹고 충무체육관으로 향한다.

원래는 형님이 어천리까지 태워주기로 했는데 모임에서 우리의 편의를 위해 8월 정기산행을 웅석봉으로 정해 웅석봉까지는 등산모임 회원님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항상 함께해서 즐겁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8시 30분 산악회 버스를 타고 어천리에 도착 계곡 건너 저 편에 그동안 후기에서 보아왔던 민박집의 태극기가 보인다.

그 하나만으로도 반가움이 생긴다.

웅석봉 등로는 이동통신 안테나를 끼고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따라 오른다.

 

계곡물이 맑고 깨끗해 산행을 접고 물에 빠져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입맛만 다시면서 발길재촉한다.

갈때까지 가다 안되면 비박을 할예정으로 준비한 배낭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처음부터 어깨를 짓누르는게 무척 부담이 간다.

원래 산행신청을 하지 않고 따라온 송형을 꼬셔본다 밤새 술을 마시고 와 배낭도 없이 빈손으로 산행을 왔기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먼길을 가는데 이거 쪼매 거들어 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배낭을 송형한테 맞기고나니 홀가분 한게 그냥 거져나 다름없다.

^^*

계곡을 뒤로하고 오르는 등로는 끊임없이 지그재그로 오르는 된비알길이다.

습한 날씨에 가파른 길이 힘이 든지 쳐지는 회원들이 있어 산행속도가 늦어진다.

 

 

10시 50분이 돼서야 헬기장에 도착 시간이 많이 늦어진다.

조금 더 진행하니 전망바위가 있고 먼저 앞서간 김형과 송형 둘이서 기다고있다.

배낭을 돌려받고 웅석봉을 향해 오른다.

여기까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올라온 송형한테 고맙단 말을 전하며 막걸리를 한잔 사기로 했다.

 

 

11시 15분 웅석봉도착

정상직전에 산불 감시초소가 있고 용도를 알수없는 작은 컨테이너가 있다.

정상에는 곰의 모습을 음각해놓은 비석이 있어 웅석봉임을 쉽게 알아본다.

한쪽에 "산청 25, 1991 재설" 이란 삼각점이 있다.

비가오려는지 구름이 끼어 조망은 볼수가없어 아쉽기만 하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위해 라면을 끓이려는데 물이 없단다.

하는수 없이 혼자서 팻트병을 들고 밤머리재 쪽에 있는 헬기장으로 향한다.

헬기장 옆에 샘터가 있기에.......

약 300m정도 내려가니 헬기장이 있고 우물 이정표가 있다.

좌측으로 50m내려가면 우물이다.

우물은 프라스틱 용기로 만들어져 있고 뚜껑이 덮여있다 수량도 제법있어 물 보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바닥에 가재 한마리가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물을 떠서 다시 웅석봉에 올라 한마디 내 던진다

"이나이에 내가 물뜨러 다녀야하냐?"

다들 한마디씩 내 뱉는다

"그러게 누가 물뜨러 가랬어요 점심은 헬기장에가서 먹는대요'"

 하면서 배낭을 메고 다들 출발을 한다...........-_-;;....

모야 나만 왕따당한 느낌이다.

 

헬기장에 다시 내려와 몇몇이 물을 뜨러가고 많은 인원이 점심을 먹기엔 헬기장에 수풀이 우거져 불편할듯 하여 조금더 진행을 해 자리를 잡고 준비를 한다.

 

 

점심식사 ....

역시 먹는것만큼 즐거운건 없는 듯 하다 태극종주의 부담감은 어디 가고 먹는데 열심이다. 쐬주도 한잔 곁들이면서............

 

 

13시 30분 왕재도착

회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마치고 왕재까지 함께 왔다 회원들은 지곡사로 하산해야 하기에 이제는 헤여져야 할 시간 회원들의 홧팅소리를 들으면서 밤머리재로 향한다.

밤머리재가 저 멀리 보여 금새 도착할듯 하지만 생각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는 듯 하다.

 

 

14시 50분 밤머리재 도착이다

앞에 보이는 간이 휴게실이 왜이리 반가운지 도착하기 무섭게 주인 아자씨 한테 캔맥주를 시켜서 마신다.

 

ㅋㅋ......캔맥주 맛이 왜 그리 맛있는지 평소에 맥주를 즐기지 않는 나지만 정말로 뭐라 말할수 없을 정도로 좋다..

 

컵라면을 하나 더 시키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주인 아저씨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오전 일찍 몇팀의 태극종주 하는 사람들이 지나 갓다는 이야기도 함께......

 

(참고로 밤머리재에서 식수보충은 모든 후기들이 도로를 따라 내려가서 하라고 돼 있지만 이곳 간이 휴게실 옆에도 휴게실 주인 아저씨가 설치해 놓은 수도시설이 있어 이곳에서 보충을 하면 된다.....가건물 바로 옆에 호수가 있음)

 

우리도 무박으로 하려 했지만 동호회와 함께 하면서 무박은 사실 접은 상태였고 준비도 비박 장비를 해 온 터였다.

 비박 장소를 어디로 정할지가 관건이었지만....

 

공주가 고향이라는(나도 공주임^^*) 주인 아줌마 덕분에 아저씨 한테 매실 엑기스까지 얻어 마시고 안전산행 하라는 아저씨의 당부를 들으면서 도토리 봉으로 향한다.

 

 

15시 47분 도토리봉 도착

 밤머리재를 출발해 오르는 길은 쉼없이 오르막이다 휴식을 취한뒤 오르는 길이라 그런지 오르막길이 무척이나 힘이든다.

도토리봉에 올라 숨을 고르고 내리막으로 가는 입구에 보이는 표지기....

한번도 뵌적이 없지만 "대충산사 청록", "강산에" 라고 노란색 리본에 써있는 이름이 왜그리도 반가운지 아마도 "대충산사"에서 후기로 많이 접했기에 익숙 해진듯 하다.

 

 

 

17시 30분 동왕등재 도착

"산청 311...." 삼각점 한쪽이 파손되어 있어 확인은 안되지만 여기가 동왕등재인 듯 하다.

한쪽에 바위가 있고 저 멀리 커다란 절이 보이는데 대원사인지는 알수가 없다.

동왕등재까지는 조망은 좋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날씨가 좋았고 왕등재를 지나면서 두어차례 빗줄기가 지나간다.

 내리막과 오르막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서왕등재가 멀기만하다.

 여기쯤인가 하면 다시 내렸다고 오르고.....

 

 

19시 30분 서왕등재를 지나고 내리막으로 조금 진행하니 왕등습지가 나타나고 어둠이 벌써 밀려와 주위가 어스름 하다.

이곳 습지 다리위에서 비박을 하고 새벽에 출발을 하기로하고 준비에 들어간다.

습지에 내려가 물을 떠오니 물이 누런하다.

마시기에 찜찜하지만 마셔보니 물맛은 제법이다.

버너에 물을 올려 놓고 비박을 할 준비를 한다 비닐을 편후 안에다 메트리스를 넣고 침낭을 깔아놓으니 준비 끝......

 

1,000고지가 넘는 지리산 산중 사방은 불빛하나 없이 어둡고 조용한 가운데 둘이 마주않자 저녁을 먹으면서 마시는 쐬주맛은 그 어디에서도 맛 볼수없는 맛이다.

 

금새 쐬주를 세병이나 마셨다 술맛이 어찌나 좋은지 술을 다 마셔 갈 즘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정리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서둘러 침낭속으로 들어간다.

 

비가 아무리 온들 걱정은 없다 비닐속에 있으니 비 맞을 일 없고 나무로 된 다리위에 있으니 배수 걱정도 없다.

그냥 잠만 편히 자면 될뿐....

 

침낭속에 들어가 비닐을 올리니 내리는 빗방울이 비닐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두두린다.

모자를 쓰고 비닐과의 공간을 만들었지만 가끔씩 굵은 빗줄기는 금새 비닐을 격하고 얼굴로 들이민다.

 

내리는 비에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가 깨니 한참을 잔 듯하다 옆에 있는 형도 잠을 깬듯해서 형을 불러본다.

" 형 어때 출발할까요?"

"그래 가보자"....

이때가 1시쯤 된듯.... 부시시 침낭에서 나와 짐을 정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장난이 아니다.

잠깐사이에 정리하던 침낭과 배낭 모든게 비에젖었다 등산화안에도 벌써 물이 들어와 질퍽하다.

불과 5분전에만해도 "출발할까요" 하던 말이 "형 안되겠지"로 바뀐다.

 

비에 흠뻑 젖은 장비들을 챙기고 출발을 한다.

비에 젖어 배낭이 더 무거워졌을텐데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저 길이나 잃지않고 잘 찾아내길......

몇번의 헛갈림속에서 길을 잃지않고 쑥밭재까지 왔다 아마도 한시간쯤 더 온듯하다.

 

저쪽에 그리멀지는 않게 불빛이 보인다.

왜그리 반가운지 구원의 빛으로 보인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태극종주의 꿈은 날아가고 한풀 기가 꺽인 몸으로 불빛을 따라 내려선다 언제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도없이 처량한 마음으로.........-_-;;

 

 

3시가 넘어서야 불빛이 있는 곳에 도착 이곳이 새재마을이다.

대원사에서 끝까지 올라와 있는 마지막 마을 불빛은 마을에 있는 가로등불빛이었다

어둠과 쏟아지는 빗줄기속에서의 구원의 불빛.......^^*

 

여러집의 민박집이 있어 평상이 있는 민박집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자 라면을 끓인다.

라면을 먹고나니 잠은오고 내리는 비를 피해 한쪽구석에 자리잡고 잠을 청해본다.

 

비는 점점 더 폭우로 변해가고 우리는 더욱 추위를 느끼면서 비에 젖은 침낭이라도 꺼내 덮어본다.

 

젠장 아무 방이라도 들어가 자고 싶지만 어느방에 사람이 있고 없음도 알수없고 주인집 방도 알수가 없다.

추위로 온몸이 덜덜 떨리고 있다( 나 떨고있니~~~~??^^*)

 

5시 반쯤이나 돼서야 사람이 나오고 방에 들어갈수가 있었다.

방에 들어와 뽀송뽀송한 이불을 깔고 눕으니 천국이 따로없다..........^^*

잠을 자기전 돌아갈일이 걱정돼 이쯤이면 일어낫을 만한 친구한테 전화를 한다.

집에가서 내차좀 끌고와서 나좀 태워가라고..........그리고 긴잠에 빠진다.....Z~z~z~z~

 

오랬동안 준비해온 태극종주의 꿈은 이렇게 폭우속의 빗줄기와 함께 날아가 버렸다 어렵게 어렵게 시작한 태극종주 언제 다시 기회가 돼서 도전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포기를 하고 내려온것에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다.

이번산행을 통해서 느끼고 배운점도 많기에 언젠가는 또다시 기회가 오겟지.........

집에 돌아오니 남쪽지방에 비 피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2005년 8월10일 사 중 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