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지 : 소백산 (1,439M)
※ 위치 : 충북 단양군, 경북 영주시 일원
※ 산행코스
천동리 - 천동매표소 - 매점 - 비로봉 - 제1연화봉 - 연화봉 - 천문대 - 제2연화봉 - 죽령 휴게소 (산행거리 약 20Km)
※ 산행일정
05 : 10 ~ 35 집결 & 인원점검 & 출발
08 : 20 천동리 하차
09 : 10 천동리 매표소
10 : 30 매점
11 : 45 비로봉
12 : 05 주목군락감시초소, 점심
12 : 30 출발
13 : 30 제1연화봉
14 : 20 연화봉
14 : 55 제 2연화봉
16 : 15 죽령 휴게소
17 : 30 희방사 하산팀 합류
그간의 소백산은 내게 별로 좋은 기억을 안겨주진 못했다.
첫번째 산행땐 잔뜩 흐렸었고, 두번째는 비가 왔었고, 세번째는 조금 나았지만 역시 흐렸었다. 그중 두번째 산행땐 비가 오는 가운데 왼쪽 슬개골에 부상을 입어 하산에만 6시간 가까이 걸렸었고, 그 후 6개월 정도를 조금만 움직여도 무릎 통증에 시달려야 했고, 아직도 무리하면 속을 썪게 한다. 이렇게 안좋은 기억만 있는 4번째 찾는 소백산... 바램이 있었다.
이번엔 꼭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
집을 나서 성용이를 픽업한 다음 집결지인 대전TG 아래 원두막으로 가 버스에 탑승한다. 일어나지 못할까봐 잠을 안자고 나와서인지 버스에 앉아 등을 붙이니 저절로 눈이 감기는게 산행은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피곤하다.
어느덧 천동에 도착해 하차를 하고, 같은 조원들 얼굴을 머리에 새기며 처음써본 조장이란 감투로 배우형에게 허세를 부려보기도 한다. 배우형이 웃으며 받아주니 더 유쾌하다.
암튼, 이곳에서 매표소까지 제법 걸어올라가야 하는것 같다.
매표소로 가는 중간에 화장실에 들러 볼 일을 보고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며 본격 산행 준비를 마친다.
천동매표소를 통과하고 비로봉까지 올라가는 길은 신선교를 중심으로 좌우측으로 계곡이 위치하고 있는데 눈이 덮인채 얼어붙어 있어 그다지 볼건 없다. 또, 천동매표소에서 올라가는 이길이 상고대로 유명하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했었지만 역시 기대엔 미치지 못한다.
이유라면 상고대가 아니라 그저 눈이 얹혀있는 형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계곡으로 비치는 아침햇살이 눈 위로 반짝이고 있어 마음을 한층 여유롭게 한다. 그마저 아니었으면 오르막 일색인 참 지루한 길이었을텐데...
중턱에 위치한 매점을 지나면서 조금씩 경치가 바뀌기 시작한다.
상고대도 나타나고, 눈꽃터널도 있고, 무엇보다 파란 하늘이 시야에 가득 들어오기 시작한다.
얼추 능선에 올라서면서부터는 입이 쫙 벌어지는 장관이 펼쳐진다.
관목과 주목과 눈이 어우어져 보이는 풍경과 구름한점 없는 파란 하늘이 엮어내는 그림이 가히 예술이다.
올라오느라 힘들었던것조차 잊게할만큼...
경치감상을 하며 천천히 오르던 중 비로봉과 연화봉의 갈림길에 도착하고 우린 좌측 길을 따라 비로봉으로 향한다. 이때부터 몸이 휘청일 정도의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 페이스 마스크에 모자까지 눌러써 눈만 내놓은채 걷는다. 그래도 미간이 시리다못해 따가운게 돌아가고 싶었다. 이미 세번이나 섰던 곳이기에 정상컷에 대한 욕구만 아니었다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런 강풍을 뚫고 오르니 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았나 보다.
정상표지석에서 사진을 찍으려 기다리는 사람이 꽤 많다. 대충 자리잡고 성용이와 서로를 찍어주며 비로봉에서의 짧은 시간을 보낸다.
비로봉 정상 아래에 위치한 주목군락감시초소로 점심을 위해 들어선다. 예상했던대로 자리잡고 앉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빠글빠글하다. 그나마 먼저 들어선 일행들이 있어 우리도 비집고 들어가 낑겨본다.
서둘러 점심을 먹고 출발한다.
비로봉에서 연화봉에 이르는 능선길은 비교적 완만한데다 급경사 지역은 계단을 설치해 큰 부담이 없는 길이다. 주변을 조망하며 천천히 걸어 제1연화봉 아래에 도착한다. 윗쪽으로 70~80M쯤 가면 정상인데 정상 표지석도 없고 바위 몇개만 있다. 가봐야 별다른 것도 없고 몇년전 다쳤던 기억만 날거 같아 그냥 지나친다.
제1연화봉에서 내려서 연화봉으로 다시 오르는데 이 오르막이 비로봉에서 연화봉에 이르는 능선길 중 그나마 가장 힘들다. 가파르기 때문이 아니라 오르막이 지금까지 지나온 능선길에 비해 좀 길기 때문일 것이다. 거친 숨을 토하며 연화봉에 오른다. 역시나 성용이와 서로를 찍어주며 예술혼을 불사른다. -_-;
성용이와 내려가려고 하자, 희방사 쪽으로 하산할 우리 뒷쪽의 일행들이 올라온다. 성용이와 난 먼저간 배우형과 놀부형 일행들을 쫒아 죽령 쪽으로 하산 할 것임을 알리고 발길을 재촉한다.
죽령쪽으로의 하산길은 희방사 방면의 그것보다 더 길다.
허나 우린 믿는 구석이 있었다.
다름아닌... 내 친구에게서 성용이가 가져온 파란 비료푸대... ㅋㅋ
하지만 천문대를 지나고 제2연화봉을 지나는 동안에도 비료푸대를 쓸만한 곳이 나타나지 않는다. 되려 제2연화봉의 경우엔 긴 오르막을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다는건 내리막 또한 있다는 말 아니겠는가...
제2연화봉을 돌아서니 이윽고 비료푸대를 쓰게 된다.
엉덩이 보호를 위해 일단 비료푸대 안에 깔판을 넣고 드디어 달린다.
으아~ 정말 최고다.
'성능은 최고, 속도는 무제한'이란 모 광고의 카피가 생각날 정도로 눈보라 휘날리며 내달린다. 간혹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굴러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눈이 덮여져 있어 아프지도 않다. 성용이는 손을 이용해 방향까지 전환하는 묘기도 선보인다. 동계 올림픽에 비료푸대 라이딩 부분이 있었다면 우리가 단연 입상권이 아니었을까? ㅋㅋ
그렇게 우리 비료푸대 라이더들은 재미있는 하산을 하고 오늘의 즐거웠던 산행을 마무리 한다.